읍참마속[泣斬馬謖]
울 읍 + 벨 참 + 말 마 + 일어날 속
울면서 마속을 베다.
사사로운 감정을 버리고 엄정히 법을 지켜 기강을 바로 세우다.
제갈량이 마속을 처형하고 눈물을 흘렸던 일화에서 유래된 고사성어입니다.
제갈량이 처음으로 기산에 올라 위나라를 정벌할 때 마속을 보냈으나 마속은 제 용기만 믿고 명을 어기어 요충지인 가정을 잃고 말았습니다. 부하들의 권고를 듣지 않고 대군을 산 위에 주둔시켰다가 전군이 대패한 것입니다. 이 때문에 제갈량은 대군을 철수시켜야만 했습니다. 제갈량은 마속을 자식처럼 대해 왔지만 결국 군령에 따라 그를 참수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읍참마속의 이야기입니다.
제갈량이 한중으로 돌아와 군사들을 헤아려보니 조자룡과 등지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걱정이 된 제갈량은 관흥과 장포에게 각자 군사를 이끌고 나가서 조자룡을 맞이하라고 명했습니다. 두사람이 막 출발하려는 찰나 마속, 왕평, 위연, 고상이 도착했다는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제갈량은 먼저 왕평을 불러 질책했습니다.
"마속과 함께 가정을 지키라고 명했는데 어찌 마속을 막지 않고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들었는가?"
"적이 올만한 길목에 토성을 쌓고 굳건히 지키자고 여러차례 권했습니다. 그러나 참군께서는 화만내고 듣지 않으셨습니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군사 5천을 이끌고 산에서 십리쯤 떨어진 곳에 진을 쳤습니다. 그런데 위군이 도착하면서 사방이 포위되고 말았습니다. 저는 포위를 뚫고자 군사를 이끌고 10여 차례 돌진 했으나 실패했습니다. 그다음 날이 되자 군심이 흐트러져 위군에 투항하는 자가 부지기수였습니다."
"저희 군은 홀로 버티기 힘들어 위연 장군에게 구원을 요청했는데 진군하던중 산골짜기에서 또다시 위군에게 포위당하고 말았습니다. 사력을 다해 포위를 뚫고 진채로 돌아왔더니 그곳은 이미 위군이 차지한 후였습니다. 열류성으로 갈까 생각하고 있는데 도중에 고상 장군을 만났습니다. 이에 군사를 셋으로 나누어 다시 위군 진채를 급습하여 가정을 탈환하고자 했으나 가정에 매복병 하나 없는 것이었습니다."
"왠지 수상한 생각이 들어 높은 곳으로 올라가 내려다보니 위연 장군과 고상 장군 모두가 위군에게 포위되어 있었습니다. 저는 죽을 각오로 포위를 뚫어 두 장군을 구해내고 다시 마속장군의 군사와 합류했습니다. 그러고는 양평관을 잃을까 하는 걱정이 들어 즉시 그곳으로 가 양평관을 지켰습니다. 제말을 믿지 못하시겠거든 각부의 장군들에게 물어보십시오."
제갈량은 왕평을 꾸짖으며 물리치고 다시 마속을 불러들였습니다. 마속은 스스로 몸을 결박한 채 장막 앞으로 왔습니다. 제갈량은 안색이 변한 채 마속에게 물었습니다.
"너는 어릴 때부터 병서를 즐겨 읽어 병법에 밝은 자이다. 가정은 우리 군의 근본이니 절대 잃어서는 안된다고 내가 누차 말하지 않았더냐, 니 집안 가족들의 목숨까지 걸고서 이 중임을 맡긴것이거늘 어찌하여 왕평의 말을 듣지않아 이런 참극을 빚은것이냐? 군사들이 패하고 장수를 잃고 성까지 함락당한 것은 모두 니 잘못이다. 군율을 어긴 것 또한 분명 너의 잘못이니 나를 원망하지 말거라."
제갈량은 마속을 참수하라고 명했습니다. 마속이 울며 말했습니다. "승상께서는 저를 자식처럼 대해주셨고 저 또한 승상을 아버지처럼 여겨왔습니다. 저의 죄는 실로 죽음을 피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제자식들에게도 그리 대해주신다면 죽어 구천을 떠돌더라도 여한이 없을 것입니다." 마속은 그렇게 말하고는 울음을 그치지 않았습니다.
제갈량도 눈물을 훔치며 말했습니다. "내 너와 형제의 의로 지내왔으니 니 자식들은 내 자식들이기도 하다. 그러니 염려하지 마라." 좌우의 군사들이 마속을 끌고 원문 밖으로 나갔습니다. 그때 참군 장완이 성도에서 돌아와 마속의 모습을 보고 놀라 외쳤습니다. "멈추어라"
장완이 제갈량을 향해 말했습니다. "승상, 아직 천하를 평정하기도 전에 이토록 지모가 뛰어난 신하를 죽인다면 안타까운 일이 아니겠습니까?" 제갈량이 눈물을 흘리며 답했습니다. "지금 사방이 나누어 서로 다투는 판국에 법마저 제자리를 잡지 못하면 어찌 적들을 토벌할 수 있겠소? 그러니 마속을 참수하는 것은 당연하오."
이윽고 군사가 마속의 머리를 가져와 성돌 아래 바쳤습니다. 이를 본 제갈량의 통곡은 더욱 그칠 줄 몰랐습니다. 장완이 물었습니다 "죄를 지은 마속을 군법에 따라 처형할 뿐이라더니 어찌 우십니까?"
"마속 때문에 우는 것이 아니고 천제께서 승하하실 때 마속은 말이 과장된 자이니 크게 쓰지 말라고 당부하셨는데 오늘 일을 보니 그 분의 혜안이 새삼 마음에 와닿아 이리 통곡하는 것이오."
그 말에 모든 장수가 눈물을 그치지 못했습니다. 그날 마속의 나이는 서른아홉. 때는 건흥 6년 5월 여름이었습니다.
제갈량은 법을 집행할 때 인정에 얽매이지 않았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마속을 참수한 것입니다. 마속은 제갈량의 친한 친구인 마량의 아우로 두 사람의 관계는 남달리 두터웠습니다.
제갈량이 남만 원정을 떠날 때도 마속은 원정길에 함께 했는데 제갈량은 그의 재주를 크게 아꼈습니다. 마속이 한참 후배였지만 제갈량은 그런 마속에게 허심탄회하게 가르침을 청하기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천자의 조서를 받들어 남만을 평정하려 함에 고견을 듣고 싶으니 아낌없이 가르쳐주게."
그러자 마속이 말했습니다. "승상께서는 저의 어리석은 말을 잘 헤아려 주십시오. 남만은 땅이 멀고 산세가 험한 것만 믿고 오랫동안 굴복해 왔습니다. 오늘 저들을 무너뜨린다 해도 내일이면 다시 반역할 것이니 승상께서는 대군을 이끌고 가되 반드시 저들의 마음을 승복시켜야 합니다."
"그러나 저들이 복종한다고 승상께서 곧바로 조비를 치러 떠나 버리시면 남만은 그 틈을 타서 또다시 반역할 것입니다. 무릇 용병에서는 마음을 무너뜨리는 것이 상책이며 성을 무너뜨리는 것은 하책이요. 심리전이 상책이며 군사전은 하책이라 했으니 부디 승상께서도 그들의 마음을 복종시켜 주십시오."
제갈량은 마속의 말을 받아들여 맹획을 7번 사로잡고도 7번 모두 풀어주는 방법으로 그들을 마음으로부터 복종시키는 데 성공했습니다. 제갈량이 죽은 후에도 남만은 반역을 꾀하지 않았으니 이로서 촉한은 훗날의 근심을 덜고 안정적으로 북벌에 매진할 수 있었습니다.
마속의 지략이 이토록 뛰어났으니 제갈량이 그를 두고 남다른 인재라고 부를만했습니다. 그러나 마속을 보는 유비의 시각은 사뭇 달랐습니다. 유비는 죽기 전에 마속에 대한 특별한 당부를 잊지 않았습니다. 먼저 유비가 제갈량에게 물었습니다.
"승상께서는 마속을 어찌 보시오?"
"당세의 영걸이지요."
"그렇지 않소. 그자는 실제보다 말이 과장된 자이니 결코 크게 써서는 안 되오. 승상께서는 깊이 살펴야 할 것이오."
유비가 임종 전에 제갈량에게 탁고의 중임을 맡기며 이런 당부를 했다는 것은 이 일이 그만큼 중요했다는 뜻입니다. 유비는 제갈량이 마속을 얼마나 중시하는지 잘 알고 있었고 장차 마속을 크게 쓰리라는 것도 예상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하면 일을 그르치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제갈량은 마속과 많은 일을 함께 하면서도 그런 단점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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